하버드 대학 Grant and Glueck 연구팀에서 노년기의 인생의 만족도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들을 알아내기 위해 75년에 걸쳐 종단 연구를 실행하였다. 참가자는 크게 두 그룹으로,
1939년부터 2017년 사이 미국 보스톤에서 살았던 가난한 남성 456명과 1939-1944년 사이
하버드 대학에서 수업을 들었던 하버드 졸업생 남자268명이다. 이 들의 보고에 따르면
젊은 시절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부모, 형제, 배우자, 자녀, 친구, 직장동료 등-과
어떠한 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 노년기의 삶의 질, 특히 행복감과 성취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돈, 직업, 신체적 건강상태보다 더 강력한 예측요인이 사람과의 관계 (Relationship)이다.
두 집단을 추척하여 75년간 진행된 연구의 결론은 '좋은 인간관계가 우리 인생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The clearest message that we get from this 75-year
study is this: Good relationships keep us happier and healthier). 간단하지만 강력한 메세지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해서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여유는 가졌지만, 너무나 일에만 빠져
살았던 탓에 주변에 마음나눌 사람하나 없고 자식과 배우자와도 마음이 단절되었거나,
모두 떠나버렸다면 그 얼마나 허무하고 슬픈 인생인가.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케이스들을 한인 이민자가정에서 많이 만나게 된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고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번호들이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지만, 정말 마음이
힘들고 외로울 때 걱정없이 누를 수 있는 번호가 몇 개나 되는가? 나를 받아줄까? 말이
나지 않을까?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에 대한 아무런 걱정이나 의심없이 전화할 수 있는
사람말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주변에 마음나눌 사람이 없다면 삶은 더욱 외롭고 슬플
것이다. 이러한 마음은 자연스럽게 신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화나 치매도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 함께 맛있게 먹고, 운동하고, 대화하고, 여행할 사람이 없으니
직장도 다니지 않는 노년기의 긴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루하고 허전할 것인가? 힘들게
노력해서 소원했던 직장에 들어가고, 승진을 하고, 원하는 만큼 돈도 벌었고, 육체적
건강을 지녔다 하더라도 진실된 사랑으로 이루어진 친밀한 관계가 없이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이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연구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사실은 사랑이 떠나가지 않게 잘 관리하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았고 그리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젊었을 때부터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사랑이 떠나가지
않도록 관리하고 노력하였다는 것이다. 가령, 부부나 부모자식간에도 건강한 관계유지를
위해 자신이 바뀌어야 할 부분을 알아차리고 고치는 점, 자신에게 부족한 의사소통
기술들을 배우는 것, 심지어는 인간관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거에 경험한
심리적 외상이 있다면 심리치료를 받는 노력까지… 이 모든 것이 주변사람들과 진실되고
깊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력들이다. 또한 자신도 모르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경험하고 사람들앞에서 자주 화를 내거나, 대화방법을 몰라 사람을 피하거나,
대화를 해도 계속 자기말만 하는 사람들, 불안이나 우울 때문에 사회적인 상황을 아예
피해야만 하는 경우, 적절한 심리치료나 상담이 필요하다. 세상에 그저 주어지는 것이
없다는 말이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심지어는 천륜이라고 불리는 부모-자식
관계에서도 노력은 필요하다.

오늘 잠시 시간을 내어 나의 주변사람들과 나는 어떠한 방식의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글: 조옥순, 상담 및 상담자 교육학 박사

시카고 한인마음건강연구소
1247 Milwaukee Ave. Suite 206, Glenview
847-813-9079/ www.KOREANcounsel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