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어머니가 행복한 자녀를 만든다. 어머니가 되어보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나는 행복한 어머니의 자녀였는가’, 그리고 ‘나는 행복한 어머니인가’ 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그리고 왜 어머니는 행복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자.

행복한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우선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활기있고 표정이 밝으며, 자신감이 넘친다.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알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함께 WIN-WIN 하며 사는 방법을 안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신뢰, 소중히 여겨짐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머리로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이나 기술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존중에 대한 느낌은 경험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고 습득할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존재 자체를 환영받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고 사랑받는 느낌, 귀하게 여겨짐을 경험한 아이들은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행복하지 못하면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면 자녀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줄 수 있을까? 따라서 행복한 어머니가 행복한 자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자녀가 성장하여 행복한 어머니 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들이 보고 자라며 행복한 부모역할을 배웠기 때문이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자라나는 자녀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 대한 불확실성, 불안, 불신, 그리고 버리진 느낌을 가지며 자라게 된다. 18살짜리 어느 소녀의 실제 사연이다. “오늘도 아버지는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시도 때도 없이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나를 꾸짖는다. 집이 감옥 같다. 어머니는 우리 자매 때문에 가정을 버리지 못한다. 나 역시 그냥 집을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어린시절 자녀의 경험은 단지 유년기 슬픈 추억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인이 된 후에도 평생토록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외상(Trauma)으로 남을 수 있다. 특히, 부모로 부터의 학대와 유기는 신체. 정서.인지 발달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결과를 남긴다.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결정하는 자존감,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신뢰정도,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 방법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랑과 지지, 격려를 받으면서 자란 아이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힘들어도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참고 받아들이고 희생하며 사는 슬프고 불행한 어머니들이 있다. 그들은 그렇게라도 사는 것이 마치 자식들을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녀들에게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참으며 수동적인 삶을 사는 어머니를 목격하는 것 자체가 상처가 될 수 있다. 자녀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결혼생활도 행복해야 한다. 물론 누구에게도 100 퍼센트 완벽하게 행복하고 만족한 인생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되는 강한 불행감과 우울감은 위험한 경고일 수 있다. 부부 중 누구라도 이러한 느낌을 갖는다면 서로 솔직하게 털어놓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자신이 느끼는 문제점과 해결방안 그리고 서로에게서 바라는 것 등을 용감하게 표현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녀와도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의견도 들어보면 좋겠다. 자녀들이 직접 표현을 안하더라도 부모를 지켜보고 있고, 느끼고 있고 함께 아파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많을 것이다. 부모와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자녀들의 의견을 물어보라.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부부가 또는 혼자서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부부상담은 꼭 부부가 함께 가야지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힘든 사람이 먼저 상담을 요청하여 진행하면서 차후에 배우자가 상담에 참여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본인이 겪는 정신적인 문제를 전문가와 상담하고, 구직이나 취미 활동, 봉사 활동, 배움, 등 적극적인 삶의 방식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어머니로서 오랫동안 가정생활에만 몰두했다면 그래서 내인생은 없고 자식과 배우자가 전부라고 느껴진다면, 이제 생활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직장을 갖거나 취미 생활을 하거나 공부를 새롭게 시작함으로써 변화를 시도해보자. 그리고 친구나 가족들과 자주 어울리며 삶을 즐길 필요도 있다. 특히, 이민자 가정의 어머니들은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아주 제한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는 남편과 아이들 외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내 주변에는 누가있는가 살펴보라. 좋은 이야기 힘든 이야기 모두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 한 명이 엄마일 수 있고, 형제 자매 또는 배우자 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성장한 딸이나 아들일 수도 있다. 누구든 괜찮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져야 한다. 이 한 사람은 심리적 익사상태에서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어머니를 가진 자녀들은 세상에 가장 든든한 사람이 어머니일 것이다. 마지막 지푸라기같은 단 한 사람도 어머니일 것이다. 생각만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고마운 사람. 너무 힘들면 쓰러지기 전에 떠올려서 달려가고픈 사람. 당신의 자녀들에게 이러한 어머니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행복하라.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글: 조옥순, 상담 및 상담자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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